요즘 골목에 있는 서점은 이른바 인스타 성지가 된 곳이 많이 있지만 책방 주인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서점을 찾아온 손님들이 도서를 사지는 않고 책을 배경으로 인스타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해요. 책방의 감성만 무료로 소비하고 남에게 지적인 분위기를 과시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입니다.
책 판매는 줄어들지만
안이 텅텅 빈 인테리어용 도서는 잘 팔린다고 합니다.
저 또한 블로그에 책 추천 및 책 소개 리뷰를 많이 올렸는데
보는 사람은 저뿐인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잘 안 적게 되더라고요.
책을 읽진 않아도 독서하는 모습을 통해 풍길 수 있는 지적인 느낌은 갖추고 싶어 하는 것이 요즘 세태인 것 같습니다.
정부의 독서 실태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어른은 43퍼센트였습니다.
반 이상이 한 해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의 독서 실태 조사가 처음 시작된 94년도 이후 최저치라고 합니다.
30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은 86퍼센트였다고 해요.
안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하느라 시간이 없고
유튜브, 틱톡, 오티티, 여러 커뮤니티 등 책 이외에 다른 재밌는 매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튜브 동영상 시청도 독서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합니다.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줄거리까지 얘기해주는 북튜브가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지만 유튜브로 책 소개를 하는 ‘북튜브’ 채널은 인기가 좋습니다.
지식 소비를 하는 데에도 가성비를 찾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해요.
이 세상에 재밌는 볼거리가 이렇게 널렸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한정적이니까요.
한 권에 한나절 이상 걸리는 독서보다
몇 분 이내로 핵심을 추려주는 유튜브 동영상에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굳이 독서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다양한 이슈와 정보를 전달해주는 유튜브 콘텐츠가 많아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이 독서만큼의 도움을 줄까요?
독서를 할 때와 유튜브를 시청할 때
우리의 뇌 활동은 차이가 있습니다.
물건에 비유하자면 영상은 완제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완제품 형태로 망막을 거쳐 뇌리에 바로 맺힙니다.
뇌가 활발하게 활동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독서는 어떨까요?
글은 설명, 묘사, 정보를 담은 원재료가 되고
단어, 문장들이 뇌 속 지식과 경험, 정서 등과 뒤섞이면서
뇌 속에서 활발한 시뮬레이션이 펼쳐집니다.
독서를 할 때 잠깐 멈추게 되는 게 이런 시뮬레이션 때문입니다.
시뮬레이션이 뭔가요.
시뮬레이션은 실제가 아닌 것입니다.
독서를 통해
책 속 상황을 실제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경험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난 후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왜? 라고 묻는 질문이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서로가 거의 비슷하게 기억하지만
책 한 권을 여러 명이 읽으면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이야기가 생겨납니다.
스치듯 빠르게 지나가는 유튜브 동영상과 달리 독서를 통해 얻은 건 깊이 각인되는 이유 또한
나만의 맥락이 담겨 뇌 속에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독서 대신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습관이 들면 당장은 깔끔하게 정리된 지식을 빠르게 얻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양질의 판단을 하는 능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나요.
내 관심사를 분석해 비슷한 영상만 계속 띄워줍니다.
편향된 시각, 편협한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궁금한 주제를 짧고 재미있게 만든 영상만 골라서 시청하고
그마저도 다 보지 않습니다.
2배속, 띄엄띄엄 10초씩 건너뛰기, 마지막 세 줄 요약 등에 익숙해집니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발달하는 것 보세요.
앞으로의 미래가 무서워집니다.
유튜브 동영상 제작자가 자기 주관대로 편집한 영상에 길들여지면
남이 그럴듯하게 만든 논리에 잘 휘둘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짜 뉴스에 대한 분별력도 떨어지기 쉽고요.
독서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독서가 정상적인 독서입니다.
독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제공합니다.
독서를 습관화해야 합니다.